안녕? 선생님도 1학년은 처음이야.

1학년 선생님 하길 잘했어.

munahan 2025. 3. 16. 21:10

온전한 1학년 시정표를 보낸 어나에게

 

대부분의 1학년은 5일동안 5교시가 3번 4교시가 2번이란다.

작년에 우리 학교는 1학년 적응기간으로 3주동안 4교시를 했다.

그랬더니 오히려 5교시하는 것을 힘들어해서 이번에는 첫주만 4교시를 하고

2주차부터는 5교시 수업을 했지.

 

첫주에 밥 먹고 바로 집에 갔던 네가 5교시 하는 날에는

2교시부터 언제 집에 가냐고 계속 물었지.

 

저기 보이는 시계의 긴 바늘이 8을 가리키면 그때 집에 가는거야.

라고 알려주니까

너무 많이 남아서 실망한 모습이 참 안타까우면서도 귀여웠어.

 

그래도 5교시때 선긋기 활동도 잘하고

놀이 수업도 재미있게 잘 했지.

 

 

화, 수, 목 5교시 수업을 할 때 

 

화요일과 수요일에는 집에 언제가냐고 묻는 아이들이 많았는데

목요일에는 딱 한명만 물어봤어.

 

고새 또 자랐구나. 기특해라.

 

 

아직은 손에 힘이 부족해서 선을 바르게 긋지 못하는 아이도 있고

글씨를 삐뚤빼뚤하게 쓰는 아이도 있지만

그래도 괜찮아.

 

하나하나 배워 나가자.

 

 

첫날, 둘쨋날, 셋쩃날까지 울던 너는 더이상 울지 않고

다같이 하는 손 동작에도 별 반응도 없고, 별 말도 없던 또다른 너는 내게 다가와 재잘재잘 떠들고

선생님이 좋은지 자꾸만 내 주변에 와서 말을 거는 너희들의 모습에 하루하루가 행복해.

 

금요일에는 너희들과 다음주에 수업할 자료를 만들다 왔어.

이렇게 자료를 제작한것이 오랜만이야.

 

고학년들은 주로 ppt와 학습지 위주였거든.

 

게다가 생일 잔치를 준비한 것도 처음이야.

 

선생님은 그동안 학생들의 생일때 

태어난날의 착한 뉴스를 찾아 편지를 써주고 폴라로이드 사진을 찍어주었어.

 

그런데 1학년인 너희들은 글을 잘 못읽으니까

긴 뉴스 기사를 읽을 수도 없고 편지도 잘 못 읽겠지?

 

그래서 간단한 편지와 사진을 찍어주려고 해.

 

생일 잔치할 간식과 고깔모자, 케이크 모형에 현수막까지 준비할 때

재미있었어. 

 

부디 너희들이 좋아하길 바라.

 

1학년 선생님 하길 잘했어.

 

수업 준비하는것도 재미있고

일찍 끝나는 것도 좋아.

 

 

고학년은 다 6교시에 5교시가 한번이고

6교시 끝나고 청소하고 아이들 보내고 나면 2시 50분에서 3시쯤인데

 

1학년은 5교시를 해도 2시면 다 끝나네.

 

물론 전담시간이 없어서 중간에 쉬는 교시가 없는 것이 좀 적응 안되긴 해.

그래도 이정도면 좋아.

 

매일 동요를 부르고 손 동작을 하고 색연필을 사용해 그림을 그리고

 

이정도면 만족해.

 

얼른 자고 내일 너희들을 만나고 싶다.

 

이렇게 학교가는것이 기다려지는 것이 오랜만이야.

 

 

내일은 아파서 목. 금 결석한 네가 오길 바랄게.

 

 

2025년 3월 16일

무나한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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