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적응을 잘 하고 있는 어나에게.
안녕? 선생님은 첫주를 보내고 주말 동안 내내 집에서 쉬었어.
1학년 담임 교사는 체력적으로 힘들고
6학년 담임 교사는 정신적으로 힘들다는 말이 무엇인지 알겠어.
그래도 주말 동안 푹 쉬고 나니 얼른 학교에 가서 너희들을 보어졌어.
선생님이 신규 교사일때 5학년 아이들이 너무 귀여워서 주말에도 생각이 나고 그랬거든
요새는 신규 교사의 마음으로 살고 있는 것 같아서 새로워.
목요일에 급식실에서 네가 울어서 당황했어.
수요일에는 엄마가 보고 싶다고 아침에 울었지만 목요일에는 울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는데
급식실에서 울었지.
엄마가 보고 싶냐고 물어보니 도리도리.
친구들하고 문제가 있냐고 물어보니 도리도리.
선생님이랑 떨어져 있는게 무섭냐고 물어보니 도리도리.
어디 아프냐고 물어보니 도리도리.
밥 먹기 싫으냐고 물어보니 도리도리.
결국 알아낸 것은 번호대로 앉는 자리에 앉기 싫다는 것
그러면 앉고 싶은데 앉으라고 하니
눈치를 보다 선생님이 앉을때까지 기다린 다음에 선생님 옆에 앉는 너를 보고
분리 불안이 큰 아이구나 생각했어.
선생님 옆에서 앉아서 먹고 싶냐고 물어보니 그렇다고 하길래 내일도 선생님 옆에 앉자고 했지.
목요일 수업 후에 1학년 선생님들과 너에 대한 이야기를 하니 그러면 안된대.
그동안 울면 원하는 것을 얻어낼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우는 것 같은데 이것을 이겨내야 성장 할 수 있대.
그리고 다른 아이들도 울면 선생님 옆자리에 앉을 수 있는 구나 생각 할 수 있기떄문에
이럴 떄는
시간을 주어야 한대.
울고 있는 아이를 달래고 얼른 밥 먹이고 싶어서 조급해하지 말고
충분히 울고 대화할 마음이 생길 때 대화를 하자고 해야 한대.
너의 울음을 빨리 그치게 하고 얼른 밥 먹이고 싶은 마음에 선생님은 너를 금요일에도 옆자리에 앉혔어.
그렇지만 이런 것은 너에게도 좋지 않을 것 같아.
이번주까지는 선생님 옆자리에 앉고 다음주부터는 원래 자리에 앉도록 하자.
금요일에는
네가 아파서 토를 했지.
몸집이 작은 네가 토를 하고 선생님을 찾는데 너무 안쓰러웠어.
5학년 6학년 학생들도 교실에서, 복도에서 토한 적이 있어서
초등교사를 하면서 토를 치운적은 10번정도 돼.
그래서 크게 당황하지 않았지만 나머지 아이들이 몰려들까 걱정했어.
근데 다행히 다들 자기 자리에 앉아 있더라구.
화장실에서 씻기고 친구한테 옷을 빌려서 갈아 입히고
보건실에 보내고 부모님꼐 연락을 하고
다시 교실에서 가방과 신발을 챙겨서 보건실에 내려가면서
교실에 남겨진 아이들이 괜찮을까 생각했는데
선생님이 말한 활동을 잘하고 있어서 너무 다행이었어.
주말에 푹 쉬고 건강한 모습으로 월요일에 만나자.
정신없는 첫 주였지만 너무 기분이 좋았어.
머리에 콩주머니를 올려두고 균형을 잡는 수업도
색연필을 손에 쥐고 선긋는 활동을 하는 것도
그림책을 읽어줄 때 집중하는 것도
너무 너무 귀엽고 예쁜 우리반 아이들
건강하게 즐겁게 1년 잘 지내보자.
선생님은 너희들의 수준을 -10으로 생각하고 있어서
너희들이 1만 해도 잘한다고 생각하고 있는지 몰라.
이제 슬슬 친구가 욕했어요. 떄렸어요. 장난 쳤어요.
하면서 선생님한테 일르러 오는 친구들이 있는데
본격적인 학교 생활이 시작되는 것이겠지.
선생님은 여유를 가지고
너희들을 잘 지도해볼게.
우리가 읽었던 그림 책
<너는 어떤 씨앗이니?> 처럼
예쁘고 멋진 꽃을 피워낼 너희들을 기다릴게.
2025년 3월 9일
무나한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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