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귀여운 어나에게.
안녕? 선생님은 지금 너무 목이 아파.
힘도 정말 많이 들어.
오늘 하루는 정말 정신이 없었어.
실내화 갈아 신기 지도하는것도 정신없는데
오늘 엄마가 보고 싶다고 눈물을 보이는 아이에
사물함에 하나하나 다 넣어야 하는지 물어보는 아이들에
실내화 잃어버렸다고 하는 아이에
정신이 하나도 없었어.
"필통과 물통 뺴고 모두다 사물함에 넣으세요."
라는 선생님의 말에
물건을 하나씩 집어들면서
"선생님 이것도 넣어요?"
"선생님 이건 어떻게해요?"
"선생님 이건 어디다 넣어요?"
하는 너희들의 질문에
모두 다 대답해주느라 정말 정신이 없었어.
그래도 너희들이 너무 귀여워서 버틸 수 있었어.
처음 행복대장을 맡은 친구가 행복돌을 유리병에 넣었을때
그 짤랑 소리가 듣기 좋았어.
다른반은 선생님들이 다 나비 모양에 이름을 프린터로 뽑아서 오리셨는데
선생님은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았어.
원하는 색을 고르고 나비 모양을 그리고 이름을 직접 쓰게 해서
게시판을 꾸미고 싶었어.
1학년을 많이 해본 선생님들이 힘들거라고 하셨는데
진짜 힘들었어.
근데 생각보다 너희들이 가위질을 잘해서
시간안에 잘 끝낼 수 있었어.
글씨를 크게 쓰는건 아직도 어려운가봐.
그래도 자기 이름을 쓸 수 있다는게 어디야!
오늘 교과서 이름 쓰는 것도 오래 걸리긴 했지만 그래도 모두 잘 썼어!
너무너무 귀엽다.
쉬는 시간에 그림 그리면서 놀고, 보드게임하면서 놀고, 유토 가지고 노는 너희들의 모습이 너무 귀여웠어.
그래서
화장실 변기가 막혀 역류해서 똥물이 바닥에 흘러 넘치는것도 참을 수 있었어.
6학년들과 띠앗활동할때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학교 여기저기를 끌려다는 아이도 있고
신이나서 같이 돌아다니는 아이도 있고
오히려 6학년을 이끌고 가는 아이도 있고
그래도 잘 마쳐서 다행이야.
덕분에 작년에 6학년에 올려보낸 제자들을 만날 수 있어서 좋았어.
선생님이 가장 걱정했던 부분은 급식인데
역시나 선생님도 실수를 했지.
너희들 물통과 수저통을 챙겨야했었는데
깜박했지 뭐야
오늘 다행히 요구르트가 나와서 물 마시는것을 참을 수 있었지?
요구르트를 먼저 먹지 않고
밥 다 먹고 나서 먹으려고 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어.
너희들이 56학년들보다 낫다.
큰 젓가락으로 밥을 먹는게 힘들었을텐데
야무지게 먹는 모습,
선생님이 봐주길 기다리면서 국에 씻은 김치를 먹는 모습
밥을 아주 맛있게 잘 먹는 모습에
힘들지만 그래도 버틸 수 있었어.
하교할때
집으로 바로 가는 아이들은 교실에서 기다리고
늘봄 가는 친구들
돌봄 가는 친구들
방과후 가는 친구들은 대기 장소로 갔지.
대기 장소에 앉혀두고
집으로 바로 가는 아이들만 데리고 후문에 갔을때는
조금 속상하기도 했어.
23명 중 겨우 7명만 바로 집으로 갈 수 있구나.
엄마 아빠들이 일도 적게 하고 돈을 많이 벌어서
너희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더욱 많아지면 좋을텐데.
오늘 선생님이 날짜를 헷갈려서
화요일 방과후 가는 아이를 정문에 데려다주지 않고 대기하도록 했지?
태권도 관장님이 15분 정도 정문에서 기다리셨다는데
너무 죄송스러웠어.
늘봄 신청 취소한것을 모르고 늘봄에 보냈다가 엄마가 교실로 데리러 온 적도 있고
정말 정신 없는 하루 였어.
오늘 처음이라 실수가 많았지만
내일부터는 선생님도 실수를 줄여볼게.
우리 같이 적응해나가자.
체력적으로 너무 지치는데
너무 힘든데
근데 너희들이 너무 귀여워.
오늘은 수업을 한것도 없이
너희들 의자 책상 높이 맞춰주고
교과서 이름 쓰고
나비 이름표 만들고
그래서 원래 해야할
자기 소개나 인사도 제대로 못했지만
내일 해보자.
내일도 즐겁게 지내보자.
2025년 3월 5일
무나한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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