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에 입학한 어나에게.
초등학교에 입학 한 것을 축하해!
오늘 너희와의 만남을 잊지 못할 거야.
선생님은 어젯밤에 일찍 침대에 누웠어.
그런데 잠이 잘 오지 않았어.
입학식날 교실에서 해야 할 일, 체육관에서 해야 할 일, 부모님들께 안내 드릴 일 등
해야 할 것들과 걱정거리가 머릿속에 밤새 맴돌았거든.
게다가 오늘 눈과 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어서 걱정이 더욱 커졌어.
잠은 잘 못잤지만 그리 피곤하지는 않았어.
얼른 너희들을 만나고 싶은 들뜬 마음때문인가봐.
선생님이 가지고 있는 옷 중에 가장 예쁜 옷을 꺼냈어.
작년에는 한번도 입지 않았던 원피스에 긴 코트를 꺼내서 입었어.
오늘은 너희들에게 정말 잘 보이고 싶었거든.
선생님은 학교에 7시 20분에 도착했어.
교실 청소를 한번 더 하고
명단도 다시 한번 확인하고
나이스에 학급 병단 넘어 온 것 확인하고
기초 시간표도 입력하고
8시 30분쯤 되자 복도가 시끌시끌해졌고
9시가 되자 복도가 아주 조용해졌어.
1학년을 제외하고 각 학년 각 반에서 새학기가 시작된 것이지.
1학년 선생님들은 9시에 모여서 입학식 순서를 다시 한번 익히고
학생들이 이동하는 동선, 학부모님들께 전할 내용을 한번 더 정리했어.
그리고 10시 20분쯤 체육관으로 향했단다.
입학식은 11시부터이고 10시 40분까지 와달라고 했는데
벌써부터 온 학생들이 있더라구.
자기 몸집만한 책가방을 메고,
엄마나 아빠 또는 할머니의 손을 잡고,
풍선 꽃 또는 인형을 안고 우리반 의자로 오는 너희들의 모습을 기억해.
너희를 만나기 전에
뽑기 막대용에 우리반 아이들 이름 쓰고,
삼각 이름표에 우리반 아이들 이름 쓰고,
자석 이름표에 우리반 아이들 이름 쓰고,
학급 명부에 우리반 아이들 이름 쓰고,
목걸이 이름표에 우리반 아이들 이름 쓰고,
파일 정리함에 우리반 아이들 이름 쓰고,
체크판에 이름 우리반 아이들 쓰고,
복도 게시용 환영판에 우리반 아이들 이름을 써서
너희들의 이름이 제법 익숙해졌어.
선생님이 이름만 보고 상상했던 얼굴이나 이미지와 똑같은 아이도 있었고
전혀 다른 아이도 있었어.
한명씩 이름을 부르며 자리에 앉혔을때
너희들은 어땠을까
너무너무 키가 큰 선생님이 혹시 무섭지는 않았을까?
부모님과 떨어져서 선생님과 따로 앞에 앉아야 하는데
혹시나 울거나 부모님과 떨어지기 싫어하는 아이가 있으면 어쩌나 했는데
이게 웬걸!
다들 씩씩하게 자리에 잘 앉아 있잖아!
자리에 일어서는 것도 잘하고
교장선생님께 인사하는 것도 잘하고
애국가도 잘 따라부르고
물론 국기에 대한 경례할때 왼손을 올리는 아이들도 있었지만
선생님이 괜한 걱정을 했나봐!
사진 찍으러 무대로 올라갈때
줄을 잘 못서면 어떡하지 했는데
이게 웬걸!
다들 앞사람을 따라 줄을 잘 서고 잘 따라오잖아!
물론 교장 선생님이 말씀이 길어지니까 크게 하품을 늘어 놓고
언제 끝나냐고 물어보고
다른 반 아이 중에는 울거나 자꾸 앞으로 나와서 풍선을 가지려는 아이도 있긴 했지만
이정도면 아주 훌륭한걸!
5~6학년 형 누나 언니 오빠들보다 훨씬 잘한 너희들이 자랑스러워!
우리 반으로 이동할 때
원래는 복도에서 실내화를 갈아신어야 했지만 옆반이 복도에서 오래 서있어서
우리는 그냥 교실로 신발을 신고 들어왔지.
먼저 책상 걸이에 가방을 걸고 실내화를 갈아신기로 했을때
23명 중 2명빼고 다들 가방을 책상 걸이에 잘 걸어서 선생님은 너무 기분이 좋았어!
중간에 화장실 갈때도 선생님이 따라가 주어야 하나 했는데
다들 알아서 척척 화장실 다녀오고!
물론 치마 지퍼가 잘 안올라가 그대로 나온 아이도 있었지만
선생님이 걱정했던 것 보다 다들 첫날을 훌륭하게 해내주어서
선생님은 너희들이 너무 예뻐보였어!
선생님의 이름도 잘 기억해주고
우리반도 잘 기억해주고
아직은 선생님이랑 눈 마주치는 것이 쑥스러운 아이도 있고
아직은 초등학교가 어색한 아이들도 있었지만
이정도면 정말 훌륭한걸!
입학식부터 너희들이 집에 갈때까지 너무 귀여워서 선생님은 계속 미소를 짓고 있었어.
선생님에게 이런 큰 행복을 주어서 고마워.
선생님 교직 인생 중에서 새학기를 이렇게 기분 좋게 시작한 것은 처음이야.
사실 고학년들에게는 처음에 조금 엄격한 모습을 보였거든.
오늘은 선생님이 가지고 있는 반가움과 설렘을 마음껏 표현한 날이었어.
오늘은 고작 2시간도 못 봤지만
우리 내일부터는 더 즐겁게 잘 지내보자.
앞으로 잘 부탁해.
2025년 3월 4일
무나한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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