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학년인 어나에게.
안녕?
이제 세 밤만 더 자면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구나.
지금 기분은 어때?
진정한 어린이가 되는 것에 설레는지
낯선 환경에 새로운 친구들과 선생님을 만나는 게 걱정되는지 궁금하다.
선생님은 매일 기분이 오락가락해.
1학년 학생들의 담임 선생님을 하는 것이 처음이라서 새로운 생활이 설레기도 하고
1학년 학생들과 잘 지낼 수 있을지 걱정되기도 해.
선생님은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었어.
그동안 4~6학년 담임만 해봐서 저학년들의 초등학교 생활에 대해서는 잘 몰랐어.
그런데 복도에서 만나는 1학년 학생들이 너무 귀엽더라구.
5~6학년들에게는 보기 힘든 해맑음이,
작은 체구에서 나오는 긍정적인 에너지가,
낯선 선생님을 쳐다보는 호기심 어린 눈동자가,
쫄쫄이 바지를 입고 줄넘기를 들고 다니는 1학년들의 모습이 귀여우니까 자꾸 관심이 가고
'이제는 나도 1학년 담임을 해볼 수 있겠다.'라는 용기도 생겼어.
1학년 담임 선생님을 하는데 왜 용기가 필요하냐고?
1학년들에 대한 어마무시한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야.
교실 문 앞에서 서서 교실 안으로 안들어 오는 아이도 있고
엄마가 보고 싶어서 수업시간에 우는 아이도 있고
교실에서 큰 실례(똥,오줌)를 한 아이도 있다고 들었어.
게다가 1학년 아이들은 아직 '오른쪽'과 '왼쪽'을 잘 몰라서
'책상 오른쪽에 가방을 거세요.' 라는 말을 잘 이해 못한다고 들었어.
또 한 줄로 서는 것도 어려워 하고, 자기 번호에 맞게 신발을 신발장에 넣는것도 헷갈려 하고, 급식실에서 식판에 밥을 받는 것도 힘들어 한다는거야.
그동안 선생님이 만난 초등학생들은
첫날부터 알아서 척척하는 의젓한 고학년들이었으니
'1학년 담임은 답답해서 못하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어.
그런데 선생님은 올해 1학년 담임 교사를 하겠다고 자원했어.
1학년 학생들의 엄청난 매력에 대해서도 듣게 되었거든.
1학년은
선생님을 좋아해주고 사랑을 많이 표현해주는 아이들,
처음에는 하나도 못했던 것들을 조금씩 잘 해가는 아이들,
어떤 활동이든 호기심을 가지고 열심히 하려는 아이들이래.
너희가 초등학교 1학년이 처음이듯
선생님도 초등학교 1학년 담임 교사는 처음이야.
우리 서로 의지하면서 잘 지내보자.
2025년 3월
무나한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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