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선생님도 1학년은 처음이야.

우리 둘 밖에 없는데 왜 귓속말을 하는거야?

munahan 2025. 4. 3. 22:27

제법 의젓해진 어나에게.

 

안녕.

오늘은 미세먼지가 나쁨이라 밖에서 나가 놀지 못했지?

 

학교에 올 때마다 미세먼지 신호등을 확인하고

초록색이거나 파란색이면 교실에 들어설때부터 신나지

 

점심시간에 밖에서 나가서 놀아도 되냐고

10번은 묻고 나서야 안심을 하는 너희들을 보면

 

목이 아파도

웃게 돼.

 

 

오늘은 아침 맞이를 하는 선생님에게 다가와

네가 물었지.

 

"선생님 제가 제일 좋아하는 음식이 뭐게요?"

-치킨? 피자?

 

선생님의 대답에 고개만 도리도리 젓던 네가 선생님에게 다가와

귓속말로 속삭여주었어.

 

"....육회..."

 

-와! 육회를 좋아하는구나!

 

그런데 선생님은 궁금했어.

우리 둘 밖에 없는데 왜 귓속말을 하는거야?

 

그리고는 사실 육회보다 삼겹살을 더 좋아한다고 이것도 귓속말로 전해주었지.

 

이런 순수한 너희들의 모습에 목이 아파도 노래를 부르게 되고 책을 읽어주게 돼.

 

선생님은 집에서 학교까지 가는데 1시간 정도가 걸려.

 

아침 일찍 일어나 학교에 오면 너무 힘들어.

 

그런데 신발장에 너희들의 작은 실내화가 나란히 있는 것을 보면

미소가 지어지고

 

이렇게 작은 아이들도 학교에 즐겁다고 오는데

나도 즐겁게 맞이해야지 라고 마음 먹으면서 힘을 내게 돼.

 

선생님의 너희들과 있었던 일을 친구들에게 들려주니

마치 새직장에 다니는 사람 같다고 해주었어.

 

맞아.

선생님은 새로운 직업을 얻은 기분이야.

 

같은 초등학교 교사라도 이렇게 다를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어.

 

아주 간단한 놀이.

재미 없으면 어떡하지 다른 것 해야지 했던 놀이들도

재미있게 해주는 너희들을 보면서

 

올해는 정말 행복하게 보내고 있어.

 

이제 슬슬 다툼도 생기고 갈등도 생기지만

잘 풀어나가보자.

 

3월은 학교에 오는 것만으로도 기특한 것.

4월은 수업 시간에 화장실 안 가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것으로 생각할게.

 

 

선생님은 그동안 안쓰던 목의 근육을 써서 그런지

목이 너무 아프고

목소리도 잘 안나와.

생각해보니 계속 높은 톤으로 말하고 노래도 많이 하고 그림책도 매일 읽어주어서 그런 것같아.

 

선생님이 더 강해질게.

 

너희들이 바르고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학교가 즐거운 곳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할게.

 

우리 내일도 함께 즐거운 시간 보내자!

 

2025년 4월 3일

무나한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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